본문 바로가기

시 이야기

(10)
겨울 그리고 봄 스산한 계절 사이에 서있다 스치는 찬바람도 다시 데워지겠지만 이 순간의 차가움도 내겐 소중하다 지고 피는 시간 사이 그 한순간의 잔상도 나는 기억하리라 바래진 마음이 지나간다 울지 마라 사라지는 마음도 다시 핀단다 쓰러지는 계절도 다시 핀단다 겨울 가고 봄이다
게르니카 평원에서 게르니카 평원에서 나의 관념과 너의 모습이 뒤섞여 흐르는 어느 철 지난 8월의 이야기다 젊은 달리의 시계가 녹아 흐르고 게르니카의 비망록이 펼쳐진 그 붉은 평원은 스쳐 지나간 너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시간은 거꾸로 달려 드넓은 평원은 그리던 너의 눈망울로 가득 차있고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는 나의 망상이 똑딱거리며 누워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느 것이 진심인지 더욱이 알 수 없는 노을 진 평원에는 그저 철 지난 8월의 눈동자만 반짝거린다 2016.8.19 스페인에서..
극점 극점 푸석해진 마음을 갈아 곱디곱게 갈아 해묵은 바다에 아스라이 흘려보냈다 지평선 너머 알 수 없이 먼 곳에는 서러운 마음만 모아두는 바다가 있단다 극점이다
은행나무 네가 행복하기를 빈다 그 쉬운게 잘 안되서 한번 두번 열번 백번 천번 만번 십만번 천만번 억겁으로 빌어 빌고 빌다 무릎은 뿌리가 되고 두 손은 단단한 가지가 되었다 심장은 닳고 닳아 더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서도 오직 염원만이 남아 그 가지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뻗어본다 너의 행복을 빌려고 이 땅에 나무가 생겼다 오늘도 너의 행복을 빈다
주기도문 마음이 와르르 쏟아지는 날에 마침 비도 같이 와서 흙탕물에 젖어 버린 내 마음을 들키지 않아서 좋았다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바의 세계에서 나의 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너를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손이 너를 숭배하고 너의 눈빛을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눈이 네게 경배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모두 무너지고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의 추억이 이 땅에서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야 그 너머에 있는 마음을 본다 나의 신이시여 저들을 굽어보사 그들을 환란 가운데서 구원하옵시고 스스로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소서
광안리 밤바다에서 밤바다에 서서 너의 얼굴을 떠올리다 울음을 터뜨린다 반쯤 잠긴 달과 빛나는 별처럼 앞으로의 생애가 행복하길 염원한다 유한한 삶이 저 검은 파도 속으로 녹아 흐르면 언젠간 저 바다 끝에서 무작정 만나 볼 순 있을까 밤바다 파도 소리에 널 따르던 눈짓도 녹아 내리는 8월의 여름 밤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너의 바다야
통곡의 강 퇴계원 우리 집 앞에는 얕게 흐르는 하천이 있다 하천 옆 뚝방길에서 나는 무어가 서러웠는지 너를 쏟아내며 눈물을 게워냈다 얕은 하천이 범람하여 작은 세상을 삼켜버리고 그곳엔 거대한 기억들이 넘실거린다 지금부터 이곳을 명명하니 나의 아픔을 묻은 하천아 너는 '통곡의 강'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던 그 시간에 우리 기억 한조각 나눠 먹으니 배불러요 등도 따시고 좋아요 좋다고 막 그렇게 또 막 말해요 비는 오는데 날은 추운데 따셔요 같이 있어요 등 부비고 그렇게 있어요 그렇게 막 비가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