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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야기

주기도문

마음이 와르르 쏟아지는 날에

마침 비도 같이 와서

 

흙탕물에 젖어 버린 내 마음을

들키지 않아서 좋았다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바의 세계에서

 

나의 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너를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손이

너를 숭배하고

 

너의 눈빛을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눈이 

네게 경배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모두 무너지고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의 추억이

이 땅에서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야 그 너머에 있는

마음을 본다

 

나의 신이시여

저들을 굽어보사

 

그들을 환란 가운데서

구원하옵시고

 

스스로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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