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와르르 쏟아지는 날에
마침 비도 같이 와서
흙탕물에 젖어 버린 내 마음을
들키지 않아서 좋았다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바의 세계에서
나의 신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너를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손이
너를 숭배하고
너의 눈빛을 기억하는
내 자그마한 눈이
네게 경배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모두 무너지고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의 추억이
이 땅에서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야 그 너머에 있는
마음을 본다
나의 신이시여
저들을 굽어보사
그들을 환란 가운데서
구원하옵시고
스스로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