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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밤바다에서 밤바다에 서서 너의 얼굴을 떠올리다 울음을 터뜨린다 반쯤 잠긴 달과 빛나는 별처럼 앞으로의 생애가 행복하길 염원한다 유한한 삶이 저 검은 파도 속으로 녹아 흐르면 언젠간 저 바다 끝에서 무작정 만나 볼 순 있을까 밤바다 파도 소리에 널 따르던 눈짓도 녹아 내리는 8월의 여름 밤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너의 바다야
통곡의 강 퇴계원 우리 집 앞에는 얕게 흐르는 하천이 있다 하천 옆 뚝방길에서 나는 무어가 서러웠는지 너를 쏟아내며 눈물을 게워냈다 얕은 하천이 범람하여 작은 세상을 삼켜버리고 그곳엔 거대한 기억들이 넘실거린다 지금부터 이곳을 명명하니 나의 아픔을 묻은 하천아 너는 '통곡의 강'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던 그 시간에 우리 기억 한조각 나눠 먹으니 배불러요 등도 따시고 좋아요 좋다고 막 그렇게 또 막 말해요 비는 오는데 날은 추운데 따셔요 같이 있어요 등 부비고 그렇게 있어요 그렇게 막 비가 와요
물망초에게 심장을 짖이겨 갈아버리면 그제서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음에 나의 신에게 감사해본다 언제나 다가오는 종말의 순간이 연약한 육신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음을 당신 앞에 고백해본다 짖이겨진 슬픔으로 갈려버린 마음으로 그 끝에 점 하나 그리고 꽃 하나 피었다 널 닮아 서글픈 물망초
너는 내 세상이었어 나풀거리는 저녁 노을에 마음을 갈아 흩뿌려본다 서러움의 먹을 먹고 짙어진 밤하늘에 기다려온 옛 기억이 걸려있다 세상이 무너진 줄 알았더니 무너진 것은 그저 내 마음이었을 뿐 조잡한 작은 것 하나 사라졌을 뿐 그것 하나 무엇이 그리 아쉬웠는지 마음 하나 갈아내는 것이 여전히 낯설 일이다